2011 아랍의 봄 이후 아랍 국가에서 5번째로 알제리에서 총선이 치뤄졌습니다. 부테플리카 대통령이 대대적인 개혁을 약속하고, 선거 투명성을 위한 여러 조치를 내거는 등 정부에서도 국민의 불만을 최대한 잠재우고 변화하겠다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노력한 선거였고, 다른 나라들에서의 이슬람주의 정당들의 승리를 본 알제리의 이슬람주의자들도 대세를 탈 기회를 노리고 있었죠.
결과는? 알제리 정치 상황은 이슬람주의 정당들이 승리한 튀니지, 모로코, 이집트 등과는 다르다는 것이 드러났습니다.
현 집권여당인 전국해방전선(National Liberation Front)가 462석 중 220석(이전에는 389석 중 136석)으로 원내 1당이 되었으며, 역시 친정부 정당인 전국민주회의(National Rally for Democracy)는 68석(이전에는 389석 중 61석)으로 원내 2당의 자리를 유지했습니다.
한편 이슬람주의 연합 정당인 알제리 녹색연합은 총 48석을 획득했습니다. 알제리 녹색연합을 구성하고 있는 평화를 위한 사회운동(HAMAS), 안 나흐다, 알 이슬라흐 세 정당이 2007년 대선에서 각각 51석, 5석, 4석씩을 얻었던 것을 생각하면 알제리 녹색연합의 의석은 오히려 줄어들었습니다.
좌익 정당들인 사회주의자 전선 및 노동자당도 영 좋지 못한 결과를 얻었습니다. 사회주의자 전선은 26석, 노동자당은 20석을 얻었지요. 특히 노동자당은 2007년 선거에서 26석을 얻었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오히려 의석수가 떨어졌습니다.

사실 이슬람주의자들이 튀니지, 모로코, 이집트 등과 달리 알제리 선거에서는 큰 승리를 거두지 못하리라는 것은 어느 정도 예측이 되어 있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제가 이전에 번역한 아래의 알 자지라 특집 보도를 참고...
이집트의 무슬림형제단-정의개발당이야 사다트 시절부터 정권과 맞서 싸워온 가장 조직화되고 세력이 강한 조직이고, 튀니지의 나흐다 역시 오랜 기간동안 반정부 운동에 참가해 오면서 기반을 다져왔죠.
이에 비해 알제리의 이슬람주의 정당들은 1996년부터 부테플리카 정부의 내각에 여러 차례 참여해오고 두 개의 대형 여당과도 동맹을 결성한 적도 있는, 다른 아랍 국가의 이슬람주의 정당들과는 달리 굉장히 정부와 가까운 입장을 취해왔습니다. 이집트나 튀니지의 유권자들이 기존과는 다른 세력이면서 조직력 면에서도 월등한 이슬람주의자들에게 표를 던질 이유가 있었지만 알제리 유권자들은 이슬람주의 정당이나 전국해방전선, 전국민주회의같은 여당과 별 차이도 없고 조직력 면에서도 이슬람주의 정당들이 알제리 독립시부터 나라를 다스려온 전국해방전선에 비할 바가 아니죠.
알제리 유권자 입장에서는 이슬람주의 정당들이 여당들과 대비되는 뚜렷한 다른 색을 가진 대안 정당도 아닌 마당에 굳이 이들에게 표를 줄 이유가 없었던 셈입니다. 알제리가 이집트나 튀니지처럼 전면적으로 정권이 뒤집힌 것도 아니고 부테플리카 대통령을 비롯한 기존 집권 세력도 다 멀쩡히 살아있었구요.
이집트, 튀니지, 모로코 총선 이후 아랍의 봄의 승자는 "이슬람주의자"라는 평가가 나오는 모양입니다만, 그런 상황에서도 각 국가가 가져온 정치적 배경이 지역적 흐름보다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이번 알제리 총선을 통해 드러난 것으로 보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