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모독 영화 항의 시위를 보고 드는 몇 가지 생각들 중동/이슬람권


문자 그대로입니다. 전 이슬람 세계가 타오르고 있습니다.

 서쪽 끝의 모로코부터 동쪽 끝의 방글라데시까지, 세속주의의 첨병 터키부터 근본주의자들의 땅 파키스탄까지, 잘 사는 쿠웨이트부터 가난한 예멘까지 조용한 곳을 찾기 힘들 정도입니다. 아직까지 알제리, 사우디, 오만, UAE, 카타르 등은 평온을 지키고 있지만요. 

 이 사건을 보면서 머릿 속에서 몇몇 생각이 떠오릅니다.

 1. 2011년 초, 아랍 세계에 반독재 시위가 일어나면서 수십년간 권좌를 지켜온 독재자들이 무너져 갔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제 아랍 세계에도 민주주의가 정착될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품었죠. 하지만 독재자 이후, 선거를 통해 정권을 잡은 세력은 서구화된 세속주의 세력이 아닌 이슬람에 가치를 둔 이슬람주의자들이었습니다. 튀니지, 모로코, 이집트가 그랬죠. 튀니지의 엔 나흐다당과 이집트의 무슬림형제단은 이전 정권에서는 금지된 조직이었지만 아랍의 봄을 통해 정권을 차지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일이 이렇게 되자 많은 사람들이 우려하기 시작합니다. 예전 독재자 시절에는 그래도 독재 정권이 소수 종교를 보호했었는데 이제 이슬람주의자들이 정권을 잡고 이슬람주의, 정치적 이슬람이 득세함에 따라 소수 종교 신도들은 위기에 처할 것이라고. 이집트의 콥트 기독교도들 사이에서는 "무바라크 때가 나았다" 라는 말도 있다는군요.

 그렇다면 무바라크, 제인 빈 알 아비딘, 카다피, 바샤르 알 아사드, 압둘 살레흐 등의 독재자들이 계속 통치하고 그리고 그 아들 손자 대대로 물려주는 상황이 옳았던 것일까요? 뭐 무바라크 시기에도 콥트 교도들이 안전하게만 살았던 것은 아닙니다. 혁명이 터지기 전 2011년 새해에는 알렉산드리아의 교회에 폭탄 테러가 있었고, 2010년에는 무슬림들이 이집트 남부의 나그 함마디의 교회에 총기 난사를 해 7명이 사망한 사건도 있었죠. 이전까지 더 거슬러 올라가면 무바라크 시기에도 양 종교 간의 충돌이 있었고, 피해를 보는건 주로 소수 종교인 기독교도들이었습니다. 독재 정권들이 소수 종교와 다수 세력 간의 갈등 봉합이 아닌, 체제 안정을 위한 치안 확보에 주력했기에 겉으로는 평온해 보였던 거지 내부에서는 사소한 계기로도 참사가 발생하곤 했습니다. 

 2006년에 있던 덴마크 만평, 살만 루시디의 "악마의 시"가 불러 일으킨 폭력적인 반응들은 당시 아랍 세계가 독재 정부 하에 있었음에도 나타났었지요. 

 그렇다고 지금을 민주주의를 향한 과도기적 단계라며 지금 겪고 있는 어려움은 민주주의의 성공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것이다...식의 소리는..... 무책임하고 한가한거죠. 우리야 집 밖을 나가더라도 총을 맞거나 집과 가게가 불에 타거나 돌에 맞거나 할 걱정이 없으니 이런 한가한 소리를 할 수 있지만, 이집트와 시리아의 기독교도들은 변화한 사회 분위기 속에서 언제 테러를 당할지 모르는 불안 속에서 살고 있습니다. 이슬람주의의 득세에 대한 그들의 당연한 두려움을 우리가 이해할 수 있을까요? 그에 대해 우리가 쉽게 말할 수 있을까요?  (아직까지는 이집트의 반미 시위가 이집트 내의 기독교도를 타겟으로 한 테러나 폭력으로 발생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만, 이건 더 봐야 할 일이죠)

 
<레바논, 불타는 KFC>

 독재 정권이 계속 남아 "언젠가는 바뀌겠지"하고 천년 만년 기다리는 것도 아랍의 발전에는 별 도움이 안되는 일이었습니다. 그렇다고 독재 정권 이후 아직 완전히 국가 통제력을 장악하지 못한 신생 정부들, 그것도 이슬람주의 성향이 강한 정부들과 이슬람주의 성향이 강해진 사회 아래에서 소수 종파들이 느끼는 두려움도 지극히 합당한게 사실이지요. 우리는 아랍 세계의 현 상황과 앞으로의 상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요?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2. 이집트 내에서는 유튜브를 통해 저 반이슬람 영상을 볼 수 없습니다. 정부가 저 영상은 막아놓은 모양이에요. 

 "이슬람주의자" 들의 정부라고는 하지만, 각국의 새 정부들은 어떻게든 이번 사건을 진정시키려고 진땀을 빼고 있습니다. 당장 이집트 대통령 무함마드 무르시부터 앞장서서 대사관 공격 등을 비난하고 있고, 상황을 진정시키기 위해 여러 방법을 쓰고 있습니다. 영상을 보지 못하게 차단한 것도 마찬가지이죠. 

 미국 대사까지 사망한 스케일 큰 사건이 발생한 리비아의 새 정부는 이슬람주의 세력보다는 자유주의 세력이 우세를 점하고 있습니다. 최근 선거에서 자유주의 세력의 정당이 원내 1당을 차지했고, 전 총리인 마흐무드 지브릴은 자유/세속주의 쪽에 더 가까운 인물이었습니다.(미국 대사 사망 즈음에 새 총리가 뽑혔죠.) 리비아의 현재 혼란은 정부의 정치 성향보다는 정부가 기반을 둔 사회의 성향이 더 큰 영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정부가 이슬람주의자네 대통령 영부인이 히잡을 벗지 않네.... 하는건 사실 부차적인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중요한건 정부가 기반을 두고 있는 사회의 성격이지요. 이집트를 포함한 대부분의 아랍 국가들은 아직까지 보수적인 이슬람이 대세를 차지하고 있고, 그나마 서구화되었다는 터키 역시 이슬람에 대한 모독은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아랍 국가 중 가장 서구화된 축에 속하는 레바논은 종파 갈등이 굉장히 뿌리깊은 나라구요. 

 우리가 걱정해야 할 것은 "이슬람주의자들이 정권을 차지했다" 일까요, 아니면 그들을 선거로 통해 뽑아준 "보수적, 이슬람적 성향이 강한 사회와 다수들" 일까요? 그리고 그 사회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갈까요, 아니면 제 2, 제 3의 아프가니스탄만 계속해서 탄생할까요? 이 시점에서 답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3. 2011년 1월 말, 한창 반정부 시위가 거세지던 가운데서 무바라크 정권은 이집트 주요 도시들의 인터넷과 핸드폰을 끊어버립니다. 

 이번 아랍의 봄에 있어서 특징적인 것은 유튜브, 페이스북, 트위터, 핸드폰 문자, 메신저 등 다양한 정보통신 매체가 사용되었다는 것입니다. 시위대를 무자비하게 폭행하고 차로 치고 다니는 유튜브 영상은 사람들을 분노하게 했고 광장으로 모이게 만들었죠. 페이스북 페이지와 트위터, 문자를 통해 사람들에게 언제 결집하고 어디서 모일 것인지를 전달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 혁명을 트위터 혁명, SNS 혁명이라고 불렀지요. 

 하지만 이번 사건은, SNS의 또다른 면을 보여줍니다. 정보, 영상이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확산되고 사람들을 자극한다는 것입니다. 

 이슬람에 대한 표현의 자유를 존중해야 한다는 주장과 도대체 왜 쓸데없이 어그로를 끄냐 란 주장은 자주 충돌해 왔습니다. 게다가 이제는 SNS를 통해 무슬림들이 불쾌하다고 여기는 영상, 소식들이 급속도로 퍼져나가면서 그에 대한 반작응 또한 더 빠르게 확산되고 더 과격해지는 모습을 보입니다. 미국의 어느 목사가 별 생각 없이 한 말이 다음날 튀니스와 카르툼의 미대사관을 불타게 만들수도 있는거죠. 


 4. 어느 문제가 그렇지 않겠냐만은, 아랍 세계, 이슬람 세계를 공부하다보면 이 곳은 정말 쉬운 답을 주지 않은 곳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그래서 그 어떤 질문에 답을 하기 보다는 그냥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상황이 어떻게 변해가는지, 무엇이 그 상황 변화를 일으켰는지에만 대해 이야기하려구요. 이 글은 그냥 2011년부터 아랍 세계의 정치적, 사회적 변화를 보며 느껴왔던 몇몇 생각들을 짧고 부족하게나마 정리해 본 것일 뿐입니다. 
===================================================================================================================

 ....나는 정직한 대답을 하고 싶은 유혹을 느꼈다. 라디오에 대고 소리치고 싶었고, 신문에 대문짝만하게 쓰고 싶었다.
 "난 모른다. 난 알 수가 없다. 이것이 독재 체제다."

 요리스 루옌데이크, 「웰컴투 뉴비즈니스」, (어크로스, 2011), p 143.

 전 이렇게 외치고 싶어요. "난 모른다. 난 알 수가 없다. 이것이 중동/이슬람 세계다."

 이미지 출처 : 

덧글

  • 2012/09/15 13:04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사피윳딘 2012/09/15 16:37 #

    저도 이런 일이 일어날 때마다 상당히 고민을 하게 되죠.... 왜? 어째서? 이것을 시원하게 대답할 수 있을 정도로 상황이 간단하지가 않으니까요.... 정말 모르겠어요....
  • RuBisCO 2012/09/15 20:23 #

    야훼가 진짜로 있어서 홍수로 싹 쓸어버리기라도 하지 않는 이상 못해도 20~30년은 이란과 아프가니스탄 같은 국가들만 나올것 같습니다.
  • 2012/09/15 23:34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제트 리 2012/10/01 21:38 #

    에휴 ㅠㅠ
※ 로그인 사용자만 덧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