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국가가 열 네개 국가로 중동/이슬람권

 미국의 우드로 윌슨 평화 연구소(Institute of Peace and the Wilson Center)의 연구원인 로빈 라이트(Robin Wright)는 2013년 9월 28일 뉴욕 타임즈에 5개의 아랍 국가(리비아, 시리아, 이라크, 예멘, 사우디아라비아)가 14개로 쪼개질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상상'의 지도를 실었습니다. 

 먼저 시리아. 알라위파인 아사드 정권이 집권하고 있는 시리아는 민주주의와 자유를 요구하는 시위가 순니 - 알라위 사이의 종파 간 내전으로 발전한 형국입니다. 알라위파와 순니파 모두 독자적인 정체성을 지니고 있으며 현 시점에서는 양측 사이의 갈등은 극에 달한 상황이죠. 라이트는 만약 시리아가 분열된다면 알라위파의 전통적인 중심지역인 라타키야부터 현재 아사드 정권이 장악하고 있는 홈스, 하마, 다마스쿠스 및 남부의 드루즈/기독교도 인구가 많은 자발 앗 드루즈 지역까지 이어지는 '알라위스탄', 그리고 중부 내륙의 순니파 다수 지역을 중심으로 한 순니파 독립체, 내전의 여파로 인한 중앙정부의 통제 약화를 틈타 사실상 자치를 얻은 쿠르드인들의 독립 국가로 나누어지지 않을까 의견을 냅니다. 

 이라크 - 샴 이슬람 국가(ISIS, 현재는 '이슬람 국가IS'라고 이름을 바꾼)의 등장에서 보듯이 시리아 사태는 2012년 시작되어 2013년 끓어올랐던 이라크 순니파들의 쉬아파 이라크 중앙정부에 대한 반감과 저항과 맞물려 새로운 사건을 낳았습니다. ISIS는 시리아 중부의 자신들이 이미 점령한 순니파 지역과 올해 1월의 안바르 주, 6월 모술 점령을 통해 이라크 내에서 점령한 영토를 합쳐 '이슬람 국가' 건국을 선언했죠. 만약 이런 분열이 공고화된다면 시리아 중부 내륙 지역의 순니파 독립체는 이라크의 순니파들과 합쳐져 새로운 '순니스탄'으로 이어지겠죠. 시리아의 쿠르드인들은 이라크의 쿠르드 자치정부와 합쳐져 새로운 쿠르디스탄을 만들테구요. 이미 2013년 8월 이라크 쿠르드 자치정부는 시리아 쿠르드인들에게 국경을 개방했고 5만 명에 달하는 시리아 쿠르드인들이 넘어왔다고 합니다. 

 만약 실제로 이러한 일들이 일어나 이라크가 갈갈이 찢겨진다면 이라크 쉬아파 정부는 남부 쉬아파 다수 지역을 근거로 쉬아스탄으로 남을 거라고 라이트는 보는군요. 라이트는 작년, ISIS가 사고를 치기 전에 이 글을 썼습니다만 시리아와 이라크의 순니파들이 하나로 합쳐질 수도 있다는 생각은 IS의 등장으로 아예 말도 안되는 생각이 아님이 드러났네요. 

 까다피 철권 통치 이후 리비아 역시 동부와 서부 사이의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이 두 지역 사이의 갈등 외에도 다양한 부족들 사이의 이권다툼으로 트리폴리 중앙정부는 아직 힘을 완전히 쓰지 못하는 형국이죠. 리비아의 주요 유전은 벵가지를 중심으로 한 동부에 몰려있지만 이권은 서부 트리폴리가 다 가져간다는 불만이 동부에 팽배하며 이미 2013년 6월 리비아 동부 지역은 독단적으로 '자치'를 선언하기도 했습니다. 원래 리비아는 까다피 이전 사누시 왕조 시절에는 서부의 트리폴리타니아, 동부의 키레네이카, 남부의 페잔 세 지역의 연방제 국가였던 만큼 서로에 대한 연대, 리비아에 대한 소속감이 만들어지지 않는다면....뭐 분열될 수도 있겠지요. 

 예멘 역시 비슷합니다. 한때 남예멘/북예멘으로 분리되어 있던 이 나라는 90년대 초 양측의 협상에 따라 평화통일을 이루어냈지만 곧 북예멘 측의 권력 독점으로 인한 불만으로 남예멘에서 분리운동이 터져났고 결국 전쟁이 발발, 북예멘 주도로 전쟁으로 재통일이 되었지요. 알리 압둘라 살레흐 전 대통령은 북예멘의 대통령이었다가 통일 예멘의 대통령으로 계속 집권했습니다. 하지만 남예멘에서는 살레흐 대통령 집권기나 그의 퇴임 이후에나 계속 연방제 또는 아예 남부의 분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큽니다. 라이트에 따르면 남예멘 내에서 독단적으로 분리에 관한 국민투표를 하자는 움직임도 있다고 합니다. 

 만약 예멘이 이렇게 다시 분리가 된다면 남예멘은 사우디아라비아의 영향력에 크게 놓이게 될 거라고 라이트는 보고 있습니다. 즉 남예멘인들 많은 수는 순니파이며(북예멘, 그리고 살레흐 대통령 스스로를 포함하여 많은 수가 쉬아파의 한 분파인 5대 이맘파입니다) 예멘 사람들 중 많은 수가 사우디아라비아에도 친척이나 가족이 있습니다. 또한 가난한 예멘 사람들에게 사우디아라비아의 부는 매력적이겠죠. 사우디 측에서도 남예멘이라도 돌아선다면 홍해에 대한 접근권을 확보할 수 있으며,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틀어막는 것을 더 이상 손 놓고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지요. 

 라이트는 심지어 사우디아라비아의 분열에 대해서도 상상을 펼쳐봅니다. 아라비아 반도 역시 하나의 국가의 전통이 아닌 여러 부족들이 살던 동네였고 그런 부족들을 통합한 것은 와하비즘의 지원을 받은 사우드 왕가였습니다. 만약 사우디아라비아가 '발칸화'된다면 내부의 부족적 경쟁심, 유전지대 대부분을 보유하고 있지만 차별을 받는 동부의 쉬아파들의 불만 등이 그 원인이 될 것이라고 라이트는 봅니다. 현 압둘라 국왕과 왕세제 등 왕국 설립자인 압둘 아지즈의 자식 세대의 노화가 심각해지고 이제 그 아래 세대로의 권력 교체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만약 권력 승계 과정에서 왕위를 두고 다툼이 벌어진다면 어떻게 될까요? 라이트의 생각대로 부족, 가문, 종교에 따라 사우디아라비아도 갈라져 버릴까요?

 더 나아가 라이트는 '도시 국가'의 귀환에 대해서도 이야기합니다. 수도로 기능하며 순니파, 쉬아파, 쿠르드인 등 다양한 종파집단이 거주하는 바그다드, 민병대 집단의 근거지가 된 리비아의 제 3의 도시 미스라타, 드루즈인 공동체가 있는 시리아 남부의 자발 앗 드루즈 지역은 국가 내에 있으면서도 어느 정도 독자성을 띄는 도시 국가로 다시 태어나게 될 수도 있다고 라이트는 말합니다. 

 이집트야 워낙 오랜 시절부터 - 파라오 시절부터 - '이집트'라는 관념이 있던 나라고 현재에도 내부 분열보다는 '이집트'라는 귀속감이 강한 나라입니다. 튀니지는 아랍의 봄 이후 사실상 유일하게 비교적 안정적이고 순탄하게 과도기를 겪고 있구요. 그리고 튀니지에는 뭐 딱히 분리독립을 요구할만큼 분파성이 강한 세력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라이트는 요르단에 대해서는 언급하고 있지 않습니다. 만약 저 정도로 일이 진행된다면 현재 요르단 인구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팔레스타인계와 원래 요르단의 원주민인 베두윈 세력 사이의 갈등이 터져나오지 않을까요? 

 뭐...이런 상상은 문자 그대로 상상, 그것도 특히 부정적인 상상입니다. 공평한 자원 분배, 좋은 통치, 공정하고 예측 가능한 법의 지배, 공평한 정의에 기반한 통치 등을 펼친다면 분파 감정을 자극하는 불평등, 차별, 소외 등의 감정은 조금씩 사라지겠지요. 하지만 사실 이런 요소들은 현재 아랍 국가들에서 찾아보기 힘든 요소들입니다. 시리아나 이라크에서 보듯이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 붕괴 상황은 '인종적 정체성'의 주장을 강화시키는 경향으로 가고 있는 듯 합니다. 라이트의 '상상'이 최악의 경우에는 상상으로만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없지만은 않다는 것이죠. 

 http://www.nytimes.com/2013/09/29/opinion/sunday/imagining-a-remapped-middle-east.html?pagewanted=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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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迪倫 2014/07/26 01:53 #

    아프리카도 결국 한참의 무력 분쟁 후에 19세기 제국주의의 유산인 현재 국경을 헤쳐모여 재편성하게될거라는 글을 얼마전 봤는데, 세계사적 시기를 지켜보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 qing 2014/07/26 03:35 #

    사우디는 그래도 나름 오일머니로 그러한 불만들을 막고 있어서 남부 시아파 문제를 제외하면 양호한줄 알았는데 아닌가 보군요. 그리고 오만에 대해 언급이 없으셨는데 오만도 튀니지나 이집트와 마찬가지 상황으로 보시나요?
  • jeltz 2014/07/26 12:42 #

    오만도 1965-1975년 도파르 지방이라고 반군이 존재하기도 했었습니다. 마르크스주의 반군 세력이 주도했던건데 그 이후로는 크게 이 친구들이 아직까지 분리주의 운동을 추진하고 있다는 얘기를 잘 못들어봐서요.

    일단 오만 내에 무슨 일이 일어난다 뭐가 있다 현재 그런 보도들이 워낙 없는 조용한 나라라서 뒷일을 추정해보기가 어렵습니다. 물론 현 술탄이 나이는 들어가는데 후계자가 없는 상황이라 이게 어떻게 터져나올지는 모르겠네요.
  • K I T V S 2014/07/26 11:19 #

    저승에 있는 우드로 윌슨 : 나는 중동이 너무 좋다. 그래서 5개가 아니라 14개였으면 좋겠다.

    ...

    자칫하다간 진짜 저리되면 죽은 윌슨이 산 중동 사람들에게 오스트리아-헝가리 시즌2를 보여주겠군요;;
  • 파파라치 2014/07/26 11:19 #

    뭐 캘리포니아도 6개로 나눠진다는데 리비아 정도야...
  • 별일 없는 2014/07/26 11:24 #

    쿠르디스탄은 좀 위험한듯 특히 터키때문에
  • 漁夫 2014/07/26 12:10 #

    저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피가 흐를지.
  • 나인테일 2014/07/26 12:26 #

    혹은 IS가 몽땅 통일 해버린다던가;;;
  • jeltz 2014/07/26 13:07 #

    실제로 그런 상상도 존재합니다. 트랙백을 참고해주세요 ㅎㅎㅎㅎ
  • 강철의대원수 2014/07/26 12:31 #

    터키 : 쿠르드 니네는 독립하고싶으면 나한태 허가부터 받으렴
  • 코쟁이 2014/07/26 16:11 #

    -스탄은 페르시아어식 표현으로 아는데 아랍 나라에도 막 갖다 붙이네요. 뭐 저 상상에 나라 이름이 중요한 건 아니지만요
  • jeltz 2014/07/26 23:53 #

    ~스탄 하면 중동국가 삘이 팍 오지 않습니까 그래서 그런듯
  • Diogenes 2014/07/26 16:38 #

    사우디왕가: 야이 양키새끼야, 싸우자!

    그러고보니 오만의 카부스가 실은 동성애자라는 것이 공공연한 사실이라는 말이 있더군요.
    뭐, 카부스 사후에 뭔가 문제가 생긴다고 해도 종파적으로 주변과는 다른 국가니(흔치 않은 이바디파죠) 분열이라던지는 없지 않을까요.
  • jeltz 2014/07/26 23:55 #

    워낙 지금까지 조용하게 잘 살아왔던지라 갑자기 빵 터지는것도 매우 뜬금없긴 하죠. 도파르 반군도 어떤 종파나 민족적인 면보다는 마르크스주의에 기반을 두었던 반군세력인 만큼(물론 어떤 지역적 불만에 기반을 두었겠지만...이건 제가 별로 아는게 없네요) 갑자기 무언가 다른 요소가 갑툭튀하지는 않을.....지...도요? 중동정치에 대해 저는 확신이 아무것도 없습니다 ㅎㅎㅎ
  • 전위대 2014/07/27 03:45 #

    이라크는 이번에 어찌 삼등분 날 것같다는 느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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