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 사회의 내적 다양성과 계급적 차이, 그리고 정치적 변화의 관계 - The Arab World: Society, Culture, and State 독서

시리아의 그리스 정교회 가정에서 태어난 아랍 사회학자인 할림 바라카트(Halim Barakat)는 아랍 사회가 서로 뚜렷이 구분되고 독립적인 정체성을 지닌 종족, 종교, 종파, 부족들로 마치 모자이크처럼 구성되어 있으며, 따라서 내적 분열과 갈등에 특히 취약한 본질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다는 관점이 아랍 사회에 대한 지나친 일반화의 문제를 안고 있다고 지적한다. 또한 종족, 부족과 같은 집단적 차이만을 강조하는 시각은 또 다른 중요한 요인, 즉 아랍 사회 내의 사회계급적 구조가 만들어내는 영향을 간과한다고 비판한다.

아랍 사회를 본질적이고 근원적인 분열로 환원시키는 시각 또는 모든 사회적 문제를 유물론적, 계급투쟁적 관점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지닌 편협함을 지적하며 바라카트는 종족/종파/종교적 차이와 계급 구조와 계급적 차이 사이의 상호작용에 주목할 것을 주장한다. 아랍 국가마다 상이한 종족/종파/종교적 다양성의 차이는 계급 구조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개별 아랍 국가마다 다양한 사회적, 정치적 상황과 차이를 만들어낸다. 그 중에서도 특히 정치적 갈등과 변동에 대한 그의 분석은 인상적이다.

"계급적 구조와 사회 내부의 다양성의 차이는 어떤 관계를 맺고 있을까? 사회적 모순, 사회경제적 구조 내의 집단의 다양한 위치 및 생산수단에 대한 통제능력 또는 통제능력의 부재에 근거한 사회적 계급 차이는 이집트와 튀니지와 같이 동질성이 강한 아랍 사회에서 더욱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시리아와 알제리와 같이 보다 다양성이 강하면서도 계급적 차이의 중요성이 증가하고 있는 사회에서는 계급적 차이와 사회 내부 집단적 차이가 어느 정도 일치하는 경향을 보인다. 레바논과 같은 모자이크 사회에서는 종교, 종파, 종족 집단의 차이 외에도 이들 집단들 사이의 계층화 현상도 분명히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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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자이크 사회에서 사회경제적 불평등이 심화될 수록 혼란의 가능성도 증가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그러한 혼란은 대중 혁명 - 사회가 완전히 뒤바뀌고 지배질서가 새로운 질서로 대체되는 - 이 아닌, 내전 - 지배 엘리트가 다른 엘리트로 대체되는 - 의 형태를 띌 가능성이 높다. 반면에 상대적으로 동질적인 사회에서는 이와 반대되는 모습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상대적으로 동질성이 강한 사회의 경우, 사회경제적 불평등이 증가할수록 계급적 연대와 동원 그리고 혁명의 가능성 역시 커질 것이다.

만약 이런 가정이 정확하다면, 최초의 아랍 대중 혁명은 이집트와 튀니지에서 일어나리라고 기대할 수 있다."

Halim Barakat. The Arab World: Society, Culture, and State. Berkeley: University of California Press, pp. 20-21.

위 책은, 1993년에 출판되었다.



사진 출처: http://carnegieendowment.org/2011/09/01/american-and-european-responses-to-arab-spring-what-s-big-idea-pub-45537

2011년, 바라카트가 예측한 대로 튀니지에서 시작되어 이집트로 확산된 '아랍의 봄'이 그가 말한 것과 같은 '혁명', 구질서를 전복하고 새로운 질서를 새운 사건인지에 대해서는 물론 논쟁의 여지가 있다. 그러나 2011년 이후 튀니지와 이집트의 '신질서'가 구질서와 얼마나 차이가 있는지에 대한 물음은 뒤로 미뤄두더라도, 이집트와 튀니지가 어떠한 형태는 아무튼 질서를 다시 세우고 유지하는데 성공한 반면 그가 내적 다양성이 큰 사회로 분류한 국가들 - 시리아와 이라크, 그리고 가장 다양성이 두드러지는 레바논 - 이 어떤 질서를 세우기는커녕 전면적 내전과 혼란 또는 그 여파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작금의 상황을 보면서 사회적 분열과 계급적 차이 그리고 정치적 변화 사이의 관계에 대한 그의 분석틀이 오늘날에도 여전히 큰 설득력을 지니고 있음을 느낀다.

덧글

  • 피그말리온 2017/10/15 10:11 #

    각 나라의 정확한 사정은 모르지만 논리 자체는 납득이 되는군요. 역성혁명이 가능한 조건이라고 할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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